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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면

몸살 나게 그리운 구룡포의 별미

경북 포항 구룡포┃과메기

한때 고래잡이로 이름을 떨쳤던 구룡포,

지금은 과메기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겨울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과메기 쭉 찢어

생미역에 마늘쫑이랑 얹어 술 한 잔 기울이다 보면

시린 겨울도 마냥 따뜻하다.

SENSE #09

유서 깊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소박한 어촌 항구

경상북도 동해의 대표적인 어항인 구룡포는 1910년대까지만 해도 소박한 어촌마을의 항구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방파제를 쌓고 부두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항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그 후부터 지금까지 경북 지역 최대의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925번 지방도로를 타고 구룡포 해안선을 드라이브하다보면, 구룡포의 탄생을 짐작케 하는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바다에서 열 마리의 용이 승천하다가 한 마리가 떨어졌다는 구룡포의 전설을 뒷받침할 만한 신생대 화산 활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고래 명소에서 과메기의 명소로

구룡포는 연근해 어업의 중심지로 한때는 고래잡이로 유명했었다. 구룡포읍과 호미곶면의 경계에 위치한 다무포 앞바다가 고래 서식지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포경선을 대신해서 오징어잡이 배와 대게잡이 배가 항구를 드나드는데 특히 과메기의 본고장답게 청어, 정어리, 꽁치 등을 잡는 어선도 많이 드나든다. 특산물로는 동해의 깨끗하고 차가운 해풍에 말린 과메기, 노가리, 양미리 등의 토산 건어물과 오징어가 있다.

과메기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가 즐기는 겨울 별미다. 꽁치를 겨울 해풍에 꾸덕꾸덕 말린 게 과메기*인데 포항에서 잡히는 꽁치로 과메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연근해에서 잡은 것은 살이 적은 데다 살짝 비린내가 나서, 과메기를 만드는데 쓰는 꽁치는 대부분 원양산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룡포가 과메기의 명소로 꼽히는 건 이곳의 적당한 온도와 소금기 묻은 겨울 해풍이 과메기를 맛있게 말리기에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 최상의 과메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저 영하 10도에서 최고 영상 10도 사이가 돼야 하고, 습도는 10∼40퍼센트, 바람은 초속 10미터 정도가 돼야 하는데 구룡포 지역이 이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생선을 먹는 것도 아닌데 굳이 산지까지 가서 맛볼 필요가 있겠느냐 싶지만 포항 구룡포 일대의 식당들에서는 다른 데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최상품의 과메기를 손님상에 내놓는다. 뿐만 아니라 내장을 발라내 말린 일반 과메기 외에 짚으로 엮어 통째로 말린 이른바 ‘통과메기’도 맛볼 수 있다. 구룡포 토박이들은 과메기를 먹는 방법도 다르다. 채소나 미역 없이 초장을 찍어 밥과 함께 먹거나, 김치에 싸 먹고, 갖가지 채소와 함께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려 먹기도 한다. 구룡포 인근에는 볼거리도 넘쳐난다. 지방도로 925번을 타고 구룡포에서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구룡포해수욕장, 관풍대, 동쪽 끝마을 ‘구룡포읍 석병리’, 고래 서식지인 ‘다무포 해안생태마을’, 호미곶 관광지를 모두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구룡포 읍내 장안동 골목에 있는 근대문화역사거리도 들러볼 만하다. 가슴 아픈 역사이기는 하지만, 100여 년 전 일본인들의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일본 가옥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과메기

외적의 침입이 잦은 어촌에서 어선을 약탈당했을 때, 지붕 위에 청어를던져 숨겨놓았던 것이 얼다 녹다를 반복 한 데서 유래한 음식이다. '과메기는 물고기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구룡포에서 30년째 음식장사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구룡포도 많이 달라져서 현대식으로 바뀌고 있어요. 나도 여기서 오랫동안 음식 장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건물을 새로 짓거나 더 넓은 데로 옮기거나 하지 않아요. 우리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추억 하나를 사라지게 하는 것 같아서. 식당에서 젤 중요한 건 변함없는 맛을 선보이는 거 아니겠어요? 물회, 과메기, 대게 영덕의 진미로 한 상 차려낼 테니 언제든 오세요."

Tasty Seafood

꼬들꼬들 말린 과메기의 고소함에 빠져들다

과메기회

과메기의 고소한 식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초장에 찍어 먹는 게 좋다.  구룡포 과메기는 비린내가 적고 꼬리 부분까지 꼬들꼬들하게 잘 말려져 있어서 초고추장에 찍어 야채에 곁들여 먹기에 제격이다.

과메기무침

껍질을 벗긴 과메기에 양파와 도라지, 미나리, 고추 등 야채를 듬뿍 넣고 매콤하고 새콤한 초장으로 버무린 음식이다.

과메기정식

과메기정식은 ‘회’ 와 ‘무침’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과메기 코스요리다. 다양한 밑반찬들이 곁들여 나오는데 과메기회와 무침을 모두 맛보고 싶다면 이 메뉴를 선택하면 된다.

통과메기

구룡포에서 즐기던 과메기 먹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먹는 방법과 다르다.  잘마른 과메기 통마리 한두름을 쭉쭉 갈라 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신김치에 싸서 먹어보면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난다.

Travel Note

포항과 바다의 역사를 체험하는 여행

#1. 호미곶 해맞이 공원

신년 해맞이 장소로 유명하다. 바다 속에서 떠오르는 해를 담으려는 듯 힘차게 솟아오른 ‘상생의 손’을 비롯해 연오랑, 세오녀의 전설이 깃든 연오랑세오녀상 등의 조형물과 넓은 광장, 공연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치: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 228

#2. 새천년기념관

새로운 천 년 포항의 꿈을 담은 기념관. 포항의 지리적 특성, 역사와 문화, 산업 등을 엿볼 수 있으며, 2층에는 바다화석박물관이 있다.  기념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호미곶의 모습은 절경이다.

위치: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해맞이로 136

#3. 국립등대박물관

우리나라 등대 100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등대 전문 박물관이다.  사라져가는 등대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1985년에 개관했다. 등대관을 비롯해 해양관, 야외 전시장 테마공원, 체험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치: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해맞이로150번길

#4.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100여년 전 일제강점기를 전후하여 일본인들이 이주해 형성했던 거주지로 그때 당시의 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한때 유명한 드라마였던 <여명의 눈동자> 촬영장소였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위치: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153-1